처음 미식축구를 보다 보면 그래도 공격과 수비는 대충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스포츠에서도 공격과 수비는 있기 때문이다. 공격은 득점을 하는 것이고, 수비는 득점을 막는 것이다. 스포츠 마다 공격 팀이나 수비 팀이 분리되어 있기도 하고 분리되어 있지 않기도 하다. 분리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축구가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분리가 되어 있는 스포츠는 야구가 대표적이겠다. 하지만 야구도 공격과 수비가 시간적으로 분리가 되어 있지 선수단 자체가 분리되어 있지는 않다. 미식축구는 공격 팀, 수비 팀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특이하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미식축구를 특이하게 만다는 존재는 바로 스페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특별하면 이름도 스페셜 special 이라고 붙였을까.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미식축구는 공격, 수비 팀 자체를 나눠놨을 만큼 분업에 특화된 스포츠이다. 각각의 포지션도 그에 따라 매우 특화되어 있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서 스페셜 팀이라는 존재가 생겨나게 됐다.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스페셜 팀은 무엇을 하는 팀일까.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터치다운 후 보너스 득점을 하는 팀이다. 이 경우 킥을 해서 H-bar 라는 구조물의 두 기둥 사이에 공을 차 넣어 1점을 얻는다.
두 번째로는 공격할 시작 점을 잡는 역할이다. 이 개념이 아마 가장 생소한 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미식축구는 공격을 위치를 정하는 팀 - 공격 팀 - 수비 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오늘은 이런 생소한 스페셜 팀 가운데 세 가지 포지션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한다.
1. 키커 Kicker
이름처럼 공을 차는 선수이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 출신 선수인 구영회 선수가 LA Chargers에 입단해서 아마 접해본 포지션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공을 차는 것일까. 쉽게 말해 키커는 공격의 끝, 수비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터치다운으로 공격을 마치고 보너스 킥으로 1점을 얻는 선수이다. 또는 터치다운 대신 필드골을 성공시켜 3점을 얻는 선수이다.
두 번째는 수비를 시작하기 전에 킥오프 kick off 로 상대방에게 공을 차는 선수이다.
그렇다면 키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다. 그것은 파워, 정확도, 강심장 이렇게 세 가지이다.
1) 파워 : 파워에 대해서는 크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키커는 다리 힘이 강해야 한다. 경기를 보다 보면 가끔 경기 막바지에 30 야드 정도 표시에 붉은 색으로 표시된 마크를 볼 때가 있다. 이 것이 필드골 레인지 field goal range로 이 안에 들어가면 거의 필드골을 넣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3점 이하의 접전인 경기에선 마지막에 이 안에 들어가느냐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Philadelphia Eagles 의 kikce Jake Elliot 의 61 yard kick. 4쿼터 1초 남은 동점 상황 winning field goal 을 성공 시켰다. 파워 - 정확도 - 강심장 모두를 보여준 장면>
2) 정확도 : 역시 이것도 이해가 잘 되는 부분이다. H-bar가 생각보다 넓어 보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얼마나 필요하냐 의심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파워보다 정확도를 더 우위에 둔다.
<Tampabay Buccaneers 올해 2nd round pick으로 뽑힌 Roberto Aguayo - 파워가 강점이었으나 정확도 문제로 결국 시즌 중 방출 되었다. (키커나 펀터들은 보통 매우 하위 라운드에 뽑힌다.)>
3) 강심장 : 누가 봐도 미식축구는 터프한 스포츠이다. 그 중에서 누가 가장 터프한 선수들일까 물어본다면, 나의 답은 쿼터백과 키커라고 하겠다. 단지 육체적인 터프함 보다 정신적인 터프함이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특히 키커의 경우 접전의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즌 내내 공을 잘 차다가도 새가슴인 키커는 중요한 순간에 역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슬프게도 우리의 구영회 선수가 시즌 초 연달아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던 필드골들을 날려 방출되었다. 마치 축구에서 승부차기에서 실패하는 키커와 같다고 하겠다.
<Super Bowl 진출을 결정짓는 Ravens kicker Cundiff의 실책. 만약 성공해서 동점으로 연장전에 갔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그래서 재미있는 상황이 나온다. 바로 키커들의 심리를 흔들기 위해서 상대편 감독들은 중요한 상황에서 타임아웃을 분다. 키커가 킥을 하기 바로 직전에. 그럼 킥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무효가 된다. 이 상황에서 흔들리면 두 번째에 실패하는 키커들이 종종 나온다.
<이것처럼 성공을 하더라도 그 전에 time out 을 부르면 무효가 된다.>
그래서 생각보다 키커들 중에 노장 선수들이 많다. 당연히 노장이기 때문에 팔팔한 젊은 선수들보다 파워는 약하다. 그렇지만 높은 정확도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강심장이 노장 선수들의 장점이 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키커의 덕목 중 우선순위를 나열하자면 강심장 > 정확도 > 파워라고 하겠다.
2. 펀터 Punter
펀트 punt 라는 개념 자체가 다른 스포츠에는 없다. (럭비를 제외) 쉽게 말하면 공격을 넘겨주는 것이다. 미식축구에 대해 다시 잠깐 설명하자면, 미식축구는 턴 방식의 스포츠이다. 4번의 공격권 안에 10 야드를 나가야 하는데, 이것을 실패하면 실패한 자리에서 상대편이 시작한다. 당연히 우리 진영 가까이에서 상대편이 시작하는 것은 누구나 싫을 것이다. 그래서 4번째 기회에 펀터가 나선다. 그래서 멀리 공을 차서 상대편이 최대한 뒤에서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펀터는 무엇이 중요할까. 역시 파워와 정확도가 중요하다.
1) 파워 : 가장 큰 목표가 최대한 멀리 보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킥이 가능한 거리라면 펀트를 하기보단 킥을 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공을 최대한 높이 띄우기 위해서 이다. 체공시간이 높을 수록 우리 편 선수들이 상대팀을 막으러 갈 시간이 나오기 때문이다.
<NFL punter 들의 대결. 매우 인상 깊었던 영상이다. 막상 경기를 보다 보면 펀트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온다. 그렇지만 이 영상을 보고 펀터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2) 정확도 : 키커는 H-bar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정확도가 중요하겠지만, 펀터는 왜 정확도가 중요할까. 그래서 펀트에 대해 다시 잠깐 설명을 하겠다. 펀트를 해서 공을 멀리 보낸다고 해봤자 경기장 밖을 넘어가면 무용지물이다. 상대편이 경기장 밖에서 부터 공격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만약 펀트 한 공이 경기장 끝을 넘어가면 20야드 지점에서 상대편이 공격을 한다.
그렇다면 펀터는 터치다운 라인과 20야드 사이에 공을 떨구는 것이 제일 좋다. 이것이 펀터를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인 inside 20 의 의미이다. 이 것을 위해서 펀터들은 공을 잡는 방식이나 차는 것과 같은 방법들을 조금씩 바꾸어 조절을 한다고 한다.
<NFL 은 아니지만 NCAA 대학 football punt의 스페셜 영상. Punter는 스페셜 영상이 거의 없는데 있길래 첨부했다. 펀트에 대한 좋은 영상인 것 같다. 특히나 NFL에선 잘 볼 수 없는 running punt도 나온다.>
3. 롱 스넵퍼 Long snapper
롱 스넵퍼는 거의 주목을 못 받는 선수이다. 보통 따로 포지션을 두기 보단, 전문 롱 스네퍼가 다른 포지션으로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 롱 스넵퍼는 말 그대로 길게 스넵을 하는 선수이다. 보통 키커와 펀터는 오팬스 라인 저 뒤에서 공을 받아 킥을 한다. 정확하고 빠른 스넵이 중요한데, 이 포지션의 중요도는 롱 스넵퍼가 없을 때 잘 나타난다. 사람은 빈 자리가 큰 법이다. 가끔 롱 스넵퍼가 부상으로 못 나오는 경우에 다른 선수가 대신 할 때가 생긴다. 그럼 설상가상으로 실수를 해서 공을 저 뒤로 날려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뭐 저게 어렵나 싶겠지만, 롱 스넵만 연습하고 전담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이 이 포지션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딱히 NFL long snapper만 모은 동영상은 없어서 고등학생들의 camp 영상이다. 고등학생부터 상당히 전문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2:09 Steelers의 전설적 선수 중 한 명인 James Harrison이 long snapper로 대신 나와 어이없는 snap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NCAA football 의 유명 팀 중 하나인 USC 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선수가 long snapper로 나와 성공적인 snap을 한 모습이다.>
가장 생소한 포지션을 글로 쓰려니 상당히 어려웠다. 여러 영상을 첨부하여 부족한 설명을 대신했다. 지금까지 말한 포지션의 선수들은 거의 테크니션에 가깝다. 영상들을 보면 훨씬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나면 각 포지션에 대해 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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